‘아우르다’의 사전적 정의는 “여럿을 모아 한 덩어리나 한 판이 되게 하다”라고 한다. 필연적으로 혼자일 수 없는 이 단어는 나나 네가 아닌 우리를 연상시킨다. 영어로 ‘우리의’를 뜻하는 OUR를 발음했을 때 아우르다와 가깝다는 것도 흥미로운 우연이다. 갤러리벨비의 전시 《Our Hour: 아우르는 시간》은 각각 다른 것들을 아우르는 세 여성 작가의 작품을 통해 서로를 아우르는 시간과 공간을 만들고자 하는 마음에서 출발했다.
유수지 작가는 세계의 경계, 자연물과 인간을 동화적으로 아우른다. 마치 어린 시절 크레파스로 칠하듯 거칠지만 순수한 터치로 완성되는 캔버스는 감정과 일상을 담은 기록이기도 하다. 작가는 이 일기를 통해 유연하게 자신의 경험을 전달함으로써 다른 이들과 연결되며 끝내 우리가 된다. “작업은 이어짐의 순간을 발견하고 옮기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라는 작가의 말처럼.
최지현 작가가 작은 조각들을 모아 하나의 숲을 만들어내는 작업에는 다양한 오늘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밑그림 없이도 거침없이 그려 나가는 작은 조각들과 그 사이사이 자리를 잡은 동물 군상들은 다름 아닌 우리네 이야기다. 작가의 작품 속 바다숲, 곤충숲, 열매숲 등은 아주 작은 존재인 우리가 어울려 살아가는 모습을 그토록 반짝이게 품고 있다.
환희 작가의 ‘온화(溫花)’는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목화의 존재를 통해 되새기는 따뜻함이다. 밥공기 가득 소복이 담겨있는 목화송이들은 저마다 가족의 사랑과 기억을 쌓아 올린다. 여러 겹의 붓질을 통해 완성되는 작품은 부둥켜안은 온기다. “오래 바라본 풍경, 반복된 일상, 그리고 말없이 건네진 사랑은 쉽게 드러나지 않지만 삶을 가장 깊고 단단하게 지탱하는 힘이 된다.”
갤러리벨비의 올해 가을은 《Our Hour: 아우르는 시간》과 함께 작가와 관객, 어제와 오늘과 내일, 안과 밖을 아우르며 흘러갈 것이다.